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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31번 써야 비닐봉지보다 낫다, '에코백의 역설'

2020-06-11

에코백 열풍의 원조로 알려진 영국 디자이너 안야 힌드머치의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 백. 사진 안야 힌드머치 홈페이지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 (I’m not a plastic bag)”


지난 2007년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안야 힌드머치가 내놓은 캔버스 천 가방에 쓰인 문구다. 한 자선 단체와 함께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인 세인스버리에서 한정판으로 5파운드(약 7000원)에 판매된 이 천 가방은 발매 당일 약 2만장이 30분 만에 매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코백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가방을 사기 위해 세인스버리 슈퍼마켓 앞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를 계기로 영국 내 비닐봉지 사용에 관한 토론이 시작됐다. 덕분에 영국 소매 협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110억장에 이르렀던 영국 내 비닐봉지 소비량이 2010년에는 61억장으로 줄었다. 세인스버리 슈퍼마켓에선 2007년 프로젝트 이후 2년 동안 비닐봉지 사용이 58% 줄어들어 1만3200톤의 순수 플라스틱이 절약되는 성과를 얻었다.



가죽 가방 대신 안야 힌드머치의 천 가방을 든 셀럽들. 사진 안야 힌드머치 홈페이지



환경 라이프 ? 에코백의 역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할 수 있는 천 가방을 들자’는 취지로 만든 안야 힌드머치의 캔버스 천 가방은 에코백의 순기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에코백이 패셔너블하다는 인식도 형성됐다. 가죽 가방보다 가볍고, 일상복에도 잘 어울린다. 환경도 지키면서 패션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템이 된 셈이다. 이후 흰색 캔버스 천에 각양각색의 로고와 디자인이 새겨진 수많은 에코백이 만들어지고 팔려나갔다.



이제는 남용을 걱정해야할 만큼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에코백. 사진 guido coppa by unsplash



동물에 해가 되지 않고, 일회용 비닐 대신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으니 분명 환경에 도움이 된다. 캔버스 천 가방이 ‘에코(eco)’라는 거창한 이름을 획득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필환경 시대가 된 요즘, 역설적이게도 에코백의 남용이 이슈로 떠올랐다.

2011년 영국 환경청은 다양한 포장 가방의 수명 주기 평가를 진행했다. 종이봉투의 경우 적어도 3번은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할 때보다 환경 영향이 적다고 한다. 종이봉투는 비닐보다 쉽게 썩지만, 만들어질 때 비닐보다 더 많은 자원이 들기 때문이다. 면으로 된 에코백은 무려 131번은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석유로 비닐을 만드는 것보다 목화로 에코백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렵고 환경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목화 재배에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와 토지, 비료 및 살충제가 필요하며 제품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물이 오염될 수 있다.

2018년 덴마크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종 포장 가방이 재사용돼야 하는 횟수를 살펴본 결과, 비닐봉지는 최소 37회, 종이봉투는 최소 43회 사용해야 한다. 면으로 된 가방은 최소 7100회 사용한 뒤 버려져야 만들어지면서 발생시킨 오염을 회복시킬 수 있다.



면 소재의 에코백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면섬유를 만드는 과정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면화 재배 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물이 사용되고, 제품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사진 mel poole by unsplash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에코백이 친환경적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에코백의 주 재료가 되는 면섬유는 사실 친환경적인 소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다른 합성 섬유보다 화학 물질이 적어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덜 미친다는 의미로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뿐, 소재 자체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에코백 대부분이 천연 면화로 만들어지기보다 합성 섬유를 섞거나, 심지어 나일론으로 만든 경우도 많아 분해 속도를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은 버려지면 재생하기도 어렵다. 현재 버려진 에코백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동네마다 놓인 의류수거함 수거 대상도 아니다. 의류수거함을 운영하는 민간업체는 재사용 가능한 의류를 선별해 해외에 판매하는데, 에코백은 효용가치가 없기 때문에 의류수거함에 넣어도 재활용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에코백이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매번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데다, 마케팅 판촉물로도 대량 생산되고 있다. 에코백에 브랜드 로고를 찍어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는 흔하다. 환경 단체에서도 행사를 열면 기념품으로 에코백을 나눠준다. 홍수열 소장은 “환경 보호가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회용 비닐을 줄이기 위한 목적보다 ‘환경 마케팅’을 위한 판촉물로 에코백이 남용된다는 의미다. 공짜로 얻었으니 쉽게 버린다. 재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가방이 일회용보다 활용도가 높지 못한 상황이다.



락앤락이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제주 바다에 버려진 해양 플라스틱을 재료로 만든 에코백. 사진 락앤락



다행히 최근에는 에코백을 만들 때 재생 재료를 사용하는 등 본래 취지를 세심하게 살피는 추세다.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하거나 버려진 의류를 가공해 에코백을 만들기도 한다. 폐자원을 활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은 제주 바다에 버려진 해양 플라스틱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에코백을 만들고, 스킨케어 브랜드 ‘파머시’는 버려진 의류 원단으로 에코백을 만들어 프로모션에 활용했다. 파머시 관계자는 “일산의 구제 의류 창고에서 데님‧베이지 원단 의류 88장을 선별해 구매한 뒤 봉제 작업과 실크스크린 작업을 거쳐 100개의 에코백을 제작했다”고 했다.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는 버려진 에코백을 수거해 의류와 새로운 에코백을 만들었다. 래코드 관계자는 “중고 에코백을 다루는 업체를 통해 2000장 정도를 수급해 코오롱 FnC 재고 원단으로 만든 티셔츠 위에 장식으로 사용하고, 버려진 에코백 위에 의류 재고 원단을 패치 워크해 티셔츠와 에코백 세트 상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에코백을 수거해 티셔츠와 에코백 세트를 만들었다. 사진 래코드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에코백도 재사용을 많이 해야 취지가 살아난다. 홍수열 소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반려 에코백’을 제안했다. 반려동물처럼, 단 하나의 에코백만 소유하고 계속해서 사용하자는 의미다. 적게 소유하기. 에코백을 사용할 때도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다.



출처 : 중앙일보 

  • 이**** 2022-03-03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참 좋은 환경 보호 관련 내용인 것 같습니다.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모든게 너무 넘쳐나는 세상인데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겠지요. 저도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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